실제로 키류 코우야는 처리반이 '처리'를 자연스럽게 고려했을 정도로 졈에 가까워진 적 있다. 그날의 후유증으로 그는 침식률이 쉽게 오르는 체질이 됐다. 이것이 지금 벌어지는 일의 전제다.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소년이 이성을 잃으면 손안의 동료를 장기 말로 본다. 말을 듣지 않는 폰과 나이트는 쉽게 부순다. 흑과 백으로 칠해진 소년이 눈동자를 굴린다.
그렇게 차가운 적색은 그 소년만이 띤다.
*
제목도 내용도 없는 메일을 받았다. 스마트폰 액정에 표시된 것은 발신인의 이름뿐. 저녁 메뉴나 자기 전에 볼 드라마 따위의 잡담이 아니고, 임무 관련 정보나 지원 요청도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오래전에 잡지와 사전을 뒤져 찾아낸 이름을 마주한 것만으로 타츠야 큐우토는 반사적으로 홈에서 뛰쳐나갔다.
오늘 코우야가 어디에 투입됐는지 알고 있다. 작전지가 분명 Z시 인근이었을 거다. 자신에게는 아는 사람이 없는 지부다. 지리도 잘 모른다. 그렇지만 찾을 수 있다. 달리면서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 몇 번 부재중 전화를 남긴 타츠야는 폰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무작정 달렸다. 전차를 타면서 점호에 관해 생각한다. 이내 머리를 털고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Z시 역에 도착해서는 다시 내달렸다. 오직 하누만 신드롬, 그중에서도 《경공》 이펙트의 보유자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들은 '길'이 아닌 곳을 선호한다. 빌딩 벽을 평지처럼 오르고 수면 위를 비행하듯 밟아야만 도달하는 공터. 과시하듯 능력을 방출하기 바쁜 하누만이 향할 곳은 그런 장소뿐이다.
분명 이런 식으로 쫓아오라고 넘겨준 신드롬이겠지.
이미 지부장의 이례적인 선처로 처리반을 물린 전적이 있다. 이후 요인물로 예의주시 당하는 코우야가 다시 극도로 침식된 모습을 UGN에 보이면 곤란해진다. 아군을 공격하기라도 했다면 두 번째 기회는 없을 것이다. 조직이 너그럽지 않다는 건 홈 소속 칠드런이 가장 잘 안다.
직감을 따라 도회지를 벗어나 외딴 산지로 들어서자 철망이 나타났다. 누군가의 사유지일까? 지금은 고려할 바가 아니었으므로 타츠야는 단숨에 그것을 뛰어넘었다.
안쪽에서 희미한 《워딩》이 느껴졌다. 비오버드를 엑스트라화하는 이펙트는 여기서 뭔가 하겠다는 선전과도 같아서 역으로 주변 오버드에게는 유인하는 기술이 된다. FH나 다른 조직, UGN도 먼저 그를 발견하지 않았기를 바라며 흔적을 따른다. 정말로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도움이 될 사람은 자신 뿐이다. 신중한 타츠야가 흔치 않게 갖는 확신.
항상 그랬으니까. 그들이 선 길은 늘 애써 고른 차선이었다. 완전히 의지할 수 있는 보금자리 같은 건 없었으므로 서로 손잡아야 했다. 어린 오버드들은 어디서나 부품처럼 버려진다. 그걸 모르는 돼지들을 네가 얼마나 혐오했더라.
다만 그런 측면에서 타츠야는 조금 더 마음이 약하고 그는 정말로, 이성을 잃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거나 세상을 끝장내는 키류 코우야 같은 건 보기 싫었다.
다행히 이번에도 늦지 않았다. 무대처럼 탁 트인 곳. 맵 한가운데 놓인 보스몹 스프라이트처럼, 거기 있기 위한 사람처럼 코우야가 혼자 서 있었다.
고침식의 정황. 첫째, 주변에 스파크가 튀고 있다. 둘째, 다쳤고 옷도 꽤 망가졌네. 조만간 거하게 쇼핑하시겠군…… 셋째, 일상적인 그 생각을 비집고, 파고드는 강력한 적의에 레니게이드가 반응해 끓는다. 그러나 똑같이 날뛰러 온 것이 아니었으므로 타츠야는 익숙하게 눌러 참았다. 그리고 넷째.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소년이 이성을 잃으면 자연스럽게 손안의 동료를 장기 말로 본다. 특히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기물은 간단히 부수려 한다. 흑과 백으로 칠해진 소년이 눈동자를 굴렸다. 눈이 마주친다. 넷째 증거. 이렇게 차가운 적색은 이 소년만이 띤다.
"코우야, 괜찮아?"
대답은 없다. 바람이 불었다. "집에 가자."라고 타츠야達家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해방을 갈망하는 소년의 심기를 긁기에 충분하지만, 알면서도 건네러 온 말이었다.
「그러니까, 버려진 건 내 쪽이야. 알아들어?」
그것이 상대가 절연을 선언할 때마저 화내지 않은 타츠야를 끝내 화나게 한 말이었으니까.
대체 가당키나 하는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버리는 게 역학적으로 가능하냐고?
팔자에 없던 탈주며 모든 고생 개고생이 너 때문인데! 백병전이 시작되었다. 타츠야는 검을 뽑지 않았으므로 "레인 클라우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키류 코우야는 손끝에 보란 듯 전기를 둘렀으므로 "라이트닝 볼트"였다. 일방적으로 한쪽이, 그것도 압도적으로 당하는 싸움이다. 하지만 지금 이 녀석의 충동을 받아줄, 사람이, 나 말곤 없, 으니까!
부딪친다. 대등하게 싸울수록 이펙트 사용이 커지고 이미 침식률이 높게 오른 코우야가 위험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저항 없이 이쪽을 내어주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버틸 수 있으면 좋은데.
"정신 차려……!"
거듭 공방이 오간다. 회피 끝에 붙잡히고, 뚫리고, 수비하던 태세가 무너진다. 자신들은 UGN의 무기로서 같은 훈련을 받았다. 반격이라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내내 피하거나 막는 데 능하지는 않다. 혀를 차고 타츠야는 땅을 굴렀다. 간신히 피한 코우야의 주먹이 곁을 스쳐 바닥을 치자 돌조각이 튀었다. 벗어나기 위해 주먹을 올려 쳐낸다 그러나, 이어지는 킥을 피할 수는 없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늑골이 부러진다. 윽, 하고 항의하는 눈으로 올려다본 상대의 얼굴은 싸늘하기만 했다. 아니 신났나? 졈에 가까운 오버드의 생각은 좀처럼 읽을 수가 없다. 어쨌거나 녀석은 흥분해 있다. 진정하기 위해서는 발산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맞는 게 아니라 맞아주는 거지…… 그래.
전격의 강타가 이어진다. 타츠야는 격통 속에서 코우야가 정말 피카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번개펀치는 종종 견제기로 쓰이긴 해도 전기 타입 포켓몬의 메인 웨폰으로 채용될 만큼 고화력 기술은 아니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는 코우야가 고쳐준 닌텐도 속 포켓몬 세계가 아니고, 이건 번개펀치가 아닌 ▼라이트닝 블라스트이기 때문에, 굉장히 아팠다…….
폐에 고인 피가 역류한다. 코우야는 채 뱉거나 숨을 고를 시간도 주지 않고 거칠게 몰아쳐 왔다. 타츠야의 목을 그러쥐고 지면에 찍어 누른다. 숨이 콱 멎었다. 코우야는…… 평소 코우야는 이런 식으로 굴지 않는다. 물론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긴 하지만, 또래 사이에서 인망이 좋은 것은 기본적으로 상냥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주 이상하긴 하지만, 이쪽에서 좋아하는 것도 다정해서…….
생각을 끊으며 벼락처럼 떨어지는 일격.
흉부에 또 한 번 주먹이 꽂힌다. 번개가 작렬하며 상처를 파고들자 눈앞이 번쩍거렸다. 죽는다, 느낀 순간 암전된다. 그러나 레니게이드는 숙주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상처가 수복되고 싸움이 계속 부추겨지고, 더 강해지며 점차 흐려지는 이성. 뜨겁고, 떨리고, 괴롭다. 너는 이 감각의 극점에 치달아 기로에 섰겠지. 몸으로 같이 겪자면 역시 절박해진다.
흘린 피가 타츠야의 시선을 따라 꿈틀거렸다. 솟아오른 검은 유체가 거대한 날을 드러내며 코우야의 뒤를 노린다.
급소를 찔러 기절시킬 셈이었다. 일순 의도를 알아챈 코우야의 모습이 빠르게 사라졌다. 타츠야는 비틀거리며 자세를 고쳐 선다. 기척을 찾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때 동공이 세로로 좁아졌다. 이제부터 어디에서 나타나 덮쳐오든 찾는다. 그래서 되돌릴 것이다. 방향은……
정면!
피와 전격이 충돌한다. 맞닿은 서로의 주먹에서부터 하얀 스파크가 일고 새까만 핏방울이 흩어진다. 이를 악문다. 힘의 균형추가 번갈아 기울었다. 손끝이 타들어 가는 감각 속에서 타츠야가 입을 연다. 지근거리. 눈을 맞추고 전해야 하는 마음.
"돌, 아와……."
난 널 버리지 않아. 각자 찾은 길이 달라서
손을 잡고 가다 보면 찢어지곤 하지만
그날처럼, 몇 번이라도 다시 잡아끌고 올 테니까
그러니까…… 저편으로 가지 마!
"코우야!"
두 능력이 팽팽히 맞서다 폭발한 순간 낚아챈 손목을 끌어당긴다. 가라앉은 눈동자가 흔들리며 빛이 돌아온다. 반짝, 하는 이채와 함께 코우야가 눈을 크게 떴다.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몇 초 이어졌다. 공중에서 그가 옅게…… 웃는다. 거기에는 평범하게 호명에 대한 답과, 임무 직후의 피로와 좀 더 덤벼보겠냐는 듯한 도발과 분명한 이성과 어쩌면 안도…… 같은 것들이 녹아 있었다.
타츠야는, 본래 표현이 적은 데다 한밤중에 자려다 뛰쳐나와 처맞느라 그야말로 피곤해 뒤지겠는 타츠야 큐우토는 숨을 뱉으며 마주 웃었다.
이런 게 자기 본연의 모습인지 아니면 특별히 네 앞에서 변하는 모습인지 모르겠다 생각하고. 당기는 대로 또 한 번 끌려와 준 너를 받아주면서.
긴장이 풀린다.
뒤엉켜 구르며 쓰러진 두 사람이 거칠어진 숨을 고른다. 치고받은 부분이 저리고 쓰라렸다. 그대로 머리가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생생한 통증이 묵직하게 잦아드는 동안 고조됐던 심박이 속도를 맞추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아온다.
눈이 마주쳤다. 코우야는 처음부터 전투 임무의 부상을 달고 있었고, 타츠야는 갓 리저렉트했기 때문에 꼬라지들이 가관이었다. 그렇지만 무사히 제정신을 되찾은 모습을 확인하자 마음이 놓인다. 멍청하게 또 웃어버릴 것 같아서 타츠야는 마른세수한다. 대놓고 표현하기는 싫으니까.
"아…… 지쳤어."
질렸다는 목소리로 타츠야가 껴안은 상대를 밀어낸다. 키류 역시 질색하듯 탁 쳐내며 떨어졌다. 그건 또 아니꼬워 서로 흘긴다. 상체만 겨우 일으킨 채 땅바닥에 나란히 앉아 있자면 밤바람이 젖은 머리칼을 쓸고 지나갔다. 고맙다, 다행이다…… 뭐 그런 말은 굳이 안 했고.
곧 이 바람의 속도로 소년들은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누구세요?"
"니 남친"
"그래. 나도 사랑해……."
구라다. 드림글이라 캐붕시켜 본 거고 사실 대화는 이랬다.
"용케 찾아왔네, 큐우토." [편집 완료]
"……찾아오라고 메일 보낸 거잖아." [편집 완료]
"목적지는 쓰지 않았는데." [편집 완료]
"당연히 그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아. 그래서 너도 보낸 거 아냐?"
"하하, 그런가?"
타츠야가 앓는 소리를 내며 비척비척 일어선다. 벌써 움직일 만큼 회복된 걸 보면 키마이라가 튼튼하긴 하다. 아니면 잠깐 이성을 잃었던 동안에도 진심으로 죽일 마음은 없었으니까 내가 적당히 팬 걸까나.
글쎄? 코우야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빈 메일은 SOS도 뭣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너는 왔지. 그러니까 자신도 돌아왔고 같이 가준다, 그뿐이다. 따라 일어나선 주머니에 손을 꽂고 하늘을 본다. 시선을 내리며 주변을 느긋하게 한 차례 훑는다. 저 멀리 별처럼 빼곡히 빛나는 마천루. 빌딩과 빌딩이 그들의 계단이고 징검다리다. 오를 지점과 건널 지점을 적당히 가늠한 다음…….
"돌아간다, 큐우토!"
"아. 잠깐……!"
쏜 화살처럼 코우야가 먼저 박차고 나갔다. 이대로 5초 넘게 흐르면 따라잡는 건 거의 불가능해진다. 멍하니 자리에 선 타츠야도 길게 머뭇거리지는 않았다. 언제나처럼 앞선 이의 등을 쫓는다. 거리가 적당히 좁혀지면.
가로등 사이로 경쾌한 리듬을 따라 달린다. 절뚝이는 스텝으로 허공을 밟고 새벽을 가르며 홈으로. 비일상이라는 두 사람의 일상으로.
[main] system : 전원 생환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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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way 듣고
본편 이후 졈은 아니고 돌아왔는데 후유증으로 침식률이 높아지기 쉬운 체질이 됐다
△ 천재GM이 떠먹여준 설정 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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